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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선지식(善知識)

法雨_김성근 2010. 11. 28. 12:31

                                                          

53선지식(善知識)             -화엄경 입법계품에 등장하는 인물-

 

 

대승불교의 최고 경전으로  널리 알려진 경전 가운데 하나가 <화엄경>이다. 부처님께서 성도후 21일 간에 걸쳐 해인삼매 속에서 설하셨다는 이 경은 우주세계 그대로가 부처며 깨달음임을 나타내고 있다. <화엄경>의 한역본에는 사십권본, 육십권본, 팔십권본의 세가지가 있다. 그러나 이중 사십권본은 육십권본이나 팔십권본 중의 한 품을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


가장 먼저 번역된 육십 <화엄경>은 삼만팔천의 게송, 삼십사품으로 짜여져 있고, 설법한 장소는 일곱군데이며 여덟번에 걸쳐 설한것으로 되어있다. 다음의 팔십권본은 사만오천의 게송, 삼십구품으로 짜여져 있고 설법한 장소는 일곱 곳이며 아홉번에 걸쳐 설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러한 <화엄경>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십지품과 입법계품이다. 이 두품은 <십지경(十地經)>이라고 하는 독립된 경으로 전해질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십지품은 보살이 수행하는 열가지 계위, 즉 중생이 부처가 되는 열가지 차례와 경지를 설하고 있으며, 입법계품은 선재라는 수행자가 부처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닦는 구도 과정에 대해 설하고 있다. 그중 입법계품을 살펴본다면 다음과 같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서 보현보살등 오백보살, 오백성문과 함께 계실 때에  "사자가 기운을 뻗는 것과 같은 삼매(사자빈신삼매-獅子頻申三昧)"에 드시게 되었다. 그때 사방에서 수많은 보살들이 모여와 부처님을 찬탄하자 보현보살은 열가지 법으로 부처님의 사자빈신 삼매의 뜻을 말하였다.


이에 부처님은 모든 보살들을 이 삼매에 함께 들게하기 위해서 미간의 흰털로 큰 광명을 발하니 온갖세계가 빛으로 장엄되고 이 광경을 본 보살들은 부처님의 공덕바다에 깊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것을 근본 법회라 한다.


그러자 문수보살은 사리불과 목건련등 여러사람을 데리고 남쪽으로 떠난다. 문수보살 일행이 복성이라는 지역의 동쪽 사라숲에 있는 큰 탑에 머물게 되었을 때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문수보살 앞에 모여들었다. 문수보살은 그중에서 부처의 법을 받을 만한 선재라는 동자를 발견하고  "그대는 이미 법을 깨닫고자 마음을 일으켰으니 남쪽으로 떠나 여러 스승을 찾아 가르침을 닦으라"고 말했다.


이에 선재동자는 문수보살의 가르침대로 남쪽으로 110개의 성을 여행하면서 53명의 스승을 만나게 되고 그들로부터 묘한 법문을 깨치게 되니 이것을 가지 법회라 한다.


선재동자는 다양한 스승들을 만나 매우 심오한 가르침들을받게 된다. 선재동자의 구도 행각을 보면 맨처음 문수보살을 만나서는 열가지 믿음(十信)을 얻게 되었고, 덕운비구, 해운비구, 선주비구, 마가장자, 해탈장자, 해당비구, 휴사거사, 비목선인, 승열바라문, 자행동녀에게서는 열가지 마음 머무는 법(十住)을 얻게 되었다.


또 남으로 가면서 만난 자재주동자, 구족신여인, 명지거사, 법보계 장자, 보안장자, 무염족왕, 부동신 여인에게서는 열가지 행해야될 법(十行)을, 또 육향장자, 바시라선사, 무상승장자, 사자빈신 비구니, 바수밀다여인, 바시디라뱃사공, 관자재보살, 정취보살, 대천신, 안주지신에게서는 열가지로 모든 공덕을 되돌려주는 법(十廻向)을 얻었다.


그뿐 아니라 바산타바얀티, 보덕정광야신, 희목관찰중생야신, 묘구묘덕야신, 적정음해야신, 수호일체중생야신, 개부수화야신, 대원정진야신, 묘덕원만야신, 구바석종녀에게서는 수행에 따라 열리는 열단계 지위(十地)를, 마야부인, 천주광천녀, 변우동자사, 중예동자, 현승여인, 견고해탈장자, 묘월장자, 무승군장자, 적정바라문, 덕생동자, 미륵보살 그리고 다시 찾은 문수보살에게서는 부처직전의 경지인 등각(等覺)을 얻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 열가지 깨뜨릴수 없는 최상의 지혜 법문을 듣고 모든 부처님과 더불어 평등하게 되는 묘각(妙覺)의 법을 얻는다. 이렇게 선재가 부처님 법계에 어떻게 들어가는가를 보여주면서  <화엄경> 법회가 끝난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한번 확인하고 가야될 부분이 있다. 선재동자를 비롯한 문수보살등의 53선지식은 과연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이 분들은 역사상 실재인물은 아니다. 그러므로 선재동자가 겪은 수많은 사건 역시 겉으로 드러난 실재가 아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한량 없는 깨달음속에서 방편으로 일으킨 인물아닌 인물이며 사건 아닌 사건이다. 부처님과 선재와 문수, 보현 그리고 53선지식은 본래 하나인 셈이다.

<화엄경>에서는 부처의 마음과 중생의 마음은 차별이 없다고 했다.


화엄경의 가르침은 한 마디로 모든 것은 마음에서 펼쳐졌다는 것이다. 중생이 부처되는 과정 또한 그렇다. 이렇게 볼 때 화엄경의 구도 행각의 주인공인 선재동자도 하나의 마음속에서 만들어진 비인격적인 인격이라 할 수 있으며, 그가 만난 53선지식도 마음 속에 내재하는, 갖가지 수행에서 만날 수 있는 유형들인 셈이다.


누구라도 진리를 얻겠다고 발심하는 순간 자신은 이미 선재동자가 마음에서 나타난 것이며, 수행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53선지식을 역시 마음에서 친견하는 것이니 대상화시키고 사건화 시켜서 생각할 일은 아니다.


                                                                                                          - 法數로 배우는 불교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