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공부방/인과(因果)

아내의 학대

法雨_김성근 2011. 11. 4. 16:57

남녀의 혼인을 보아하니
착하고 악한 인연이 모이지 않은 것이 없고
아들딸로 태어남은 빚을 받으러,
빚을 갚으러 오지 않음이 없구나.


1994년 여름 하북성(河北省) 어느 절에 오십여 세의 거사가 와서 스님께 자신의 고충을 토로하였다.
“본래 저희 부부는 사이가 좋았으나 아내가 첫째 아이를 낳은 후부터 성격이 비뚤어져 부부싸움이 잦아졌습니다.
싸울 때는 저를 때리고 할퀴고 꼬집어 제 몸과 얼굴에 항상 상처가 없어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비록 마음속으로는 괴롭고 화가 나지만 아직 아내를 때려 본 적이 없으며,

그녀에 대하여 미움의 감정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후에 아이가 하나 더 생겼는데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그야말로 집에 들어설 수 없을 정도로 집안이 엉망진창이 될 때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원인 때문에 일찍이 불문(佛門)에 귀의하였으며, 부득이하여 앞당겨 퇴직을 하였습니다.
퇴직 후에는 거처를 절로 옮겨 거주하고 있습니다.
퇴직 연금은 식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집으로 보내어 두 아이의 학비에 보태고 있습니다.
그러나 받는 연금이 얼마 되지 않아 아내의 성질은 더욱더 나쁘게 변했습니다.
지금 병이 들었지만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정말 이 세상이 너무도 괴롭습니다.
스님! 저에게 밝은 길을 일러 주십시오.”

“아미타불!”
줄곧 자세히 듣고 계시던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사님은 전생에 돼지새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였는데, 어미돼지를 교배시켜 새끼를 낳으면 팔아 돈을 장만하곤 하였습니다.
한 배 한 배 연이어 새끼를 낳으면 당신은 새끼돼지를 팔아버리니, 어미돼지는 낳는 고통뿐만 아니라 새끼를 잃는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습니다.
동물도 사람과 같이 감정이 있는데, 그 당시의 어미돼지는 거사님에 대하여 원한이 가득하였지만 어쩔 수 없었지요.
어미돼지가 늙어 다시는 새끼를 낳지 못하게 되었을 때, 거사님은 어미돼지를 팔아 죽게 하였습니다.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어미돼지의 모든 새끼를 팔아버렸으며 죽을 때도 비참하게 도살되었으니, 당신을 놓아줄 수 있겠습니까?
금생에 다시 만나 전생의 원한을 갚게 된 것입니다.”

거사는 흥분되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이 원한을 풀 수 있습니까?
아예 출가하면 끝날 수 있을까요?”
“출가를 해요?
첫째, 거사님은 두 아들을 떠날 수 없습니다. 거사님은 그들을 매우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삼 일 보지 못하면 잠을 잘 수 없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렇습니다. 스님!”
“그리고 두 아들은 오히려 엄마와의 관계가 더 좋습니다.
거사님은 설령 출가를 해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며, 그때가 되면 거사님의 처지는 지금보다 더욱 비참해질 것입니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노스님은 웃으며 물었다.
“거사님은 정말로 원한을 풀 생각이 있습니까?”
“물론이지요. 스님! 가르침을 주십시오.”
“그러면 거사님은 이 모든 것을 유쾌한 마음으로 맞이하십시오.
집으로 돌아가서 아내가 때려도 되갚아 때리지 말고 욕을 해도 대꾸하지 말 것이며, 역경(逆境)을 순경(順境)으로 받아들여 기꺼이 아내와 두 아들을 위해 헌신하십시오.
진정으로 과거생의 죄업을 참회하면 하늘 가득한 큰 죄도 풀어질 수 있습니다.

그밖에 매일 아침, 저녁예불을 지속하면서 매일 『지장경』 1부를 독송하여  어미돼지와 새끼들에게 회향할 것이며, ‘양황보참’으로 항상 절하면서 참회하십시오.
이미 퇴직하였으니 가정 일을 돌보는 외에 마음을 독경(讀經)과 예불참회에 쏟으세요.
이렇게 하면 출가한 사람과 같습니다.
자신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럼 좋습니다. 정성이 깊으면 금석(金石)도 쪼갤 수 있으니,
참회를 오래도록 지속하면 얼음같이 꽁꽁 언 원한도 풀리고 녹을 것입니다.”
                      
                                                       - "오대산 노스님의 인과이야기" 에서 옮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