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제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 시는 서산대사의 시로 잘 알려져 있으며, 백범 김구 선생도 좌우명으로 애송한 시로 유명합니다.
1948년, 김구 선생이 남북협상을 위해 38선을 넘을 때, 이 시를 읊으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내가 38선을 넘는 것은 어리석고, 무분별하며 쓸 데 없는 짓이라고 사람들은 말을 하지만,
난 나의 행동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질 줄 안다.
그리고 훗날, 나의 행적을 제대로 평가하는 날이 올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쓰신 글에도 서산대사의 시로 나와 있고 지은이를 서산대사로 명시하고 이 시를 새겨놓은 빗돌도 있어서 예전부터 서산대사의 시로 알려져 있었지만, 서산대사의 글 모음집인 청허당집(淸虛堂集)에 이 시가 실려 있지 않아서 작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1985년에 북한 문예출판사에서 발간한 <한시집> 안에도 이 시가 실려 있는데 그 책에는 제목은 야설(野雪), 지은이는 임연 이양연(李亮淵 - 이량연이라고 읽기도 합니다)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한문학자 안대회 교수는 '임연당별집(臨淵堂別集)'과 1917년에 장지연이 편찬한 '대동시선(大東詩選)' 등에 이 시가 순조 때 활동한 시인 이양연(1771 영조 47~1853 철종 4)의 작품으로 나와 있다고 했습니다.
대동시선(大東詩選) 8권(卷之八) 30장(張三十)에 나와 있는 이 시는 제목이 '穿雪(천설)'로 되어 있고 내용 중 '답(踏)'자가 '천(穿)'자로, '일(日)자가 '조(朝)'자로 되어 있는 것 두 글자가 다를 뿐 의미는 똑같습니다.
북한에서 발간한 한시집에도 이 두 글자는 대동시집과 같은 글자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