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조심....진묵(震默) 일옥(一玉)스님
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라 해서 다 말할 것이 못되고
내가 두 눈으로 본 일이라 해서 다 말할 것 또한 못된다.
들은 것은 들었다고 다 말해버리면 그 자신을 거칠게 만들고
나아가서는 궁지에 빠지게 한다.
현명한 사람은 남의 욕설이나 비평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또한 남의 잘못을 말하지도 않는다.
모든 화는 입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입도 잘 지키라고 했다.
맹렬한 불길이 집을 모두 태워버리듯이 입을 조심하지 않으면
입이 불길이 되어 내 몸을 태우고 만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칼날이다.
내 마음을 잘 다스리려면 마음의 문인 입을 잘 다스려야 한다.
입을 잘 다스림으로서 자연 마음이 다스려 진다
앵무새가 아무리 말을 잘 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소리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른다.
사람은 아무리 훌륭한 말을 한다 하더라도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의를 갖추지 못했다면
앵무새와 그 무엇이 다르리오.
세치의 혓바닥이
여섯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일옥 [一玉, 1562~1633]
조선 중기의 고승(高僧), 자호(自號)는 진묵(震默). 1562년(명종 17년) 전라도 김제군 만경현(萬頃縣) 불거촌(佛居村) 출생. 7살이 되는 해에 전주부의 서방산(西方山)에 있는 봉서사(鳳棲寺)에 출가하여 불경을 읽었는데 한 번 읽으면 내용을 통달하였으므로 따로 스승을 두지 않았다.
전주 봉서사와 송광사, 위봉사, 대원사, 태고사, 목부암, 월명암 등지의 도량을 다니며 주석(住錫)하였는데, 이때 곳곳에서 숱한 신이(神異)한 흔적을 남겨 응신불(應身佛)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만년에는 봉서사에 주석하여 산문을 벗어나지 않고 불경을 손에 쥐고 마치 소상(塑像)처럼 앉아서 밤낮으로 여러 날이 지나도록 침식을 폐하고도 여여(如如)하였다. 인조 11년(1633) 음력 10월 28일에 입적하니 세수(歲壽)는 72세, 승랍(僧臘)은 65세이었다. 봉서사의 스님들이 세말(歲末)이면 그 영당(影堂)애 재(齋)를 올리니 향화(香火)가 정성스러웠다.
신이(神異)한 흔적 중 대표적인 것은, 길을 가다가 소년들이 냇가에서 물고기를 끓이는 것을 보고, "이 무고한 고기들이 붙잡혀 고생을 하는구나?" 탄식하자 한 소년이 "스님도 먹고 싶지 않은가?"라고 희롱하였다. "나도 잘 먹는다"라고 대꾸하고 함께 매운탕을 먹은 뒤 냇가에 가서 대변을 보니 먹었던 물고기들이 살아서 헤엄쳐 갔다고 전한다.